본문 바로가기
육아 이야기

동생의 한글 교육을 위한 형의 가상한 노력

by 에스델 ♥ 2014. 1. 28.
728x90
반응형

올해 6살이 된 현이는 아직 한글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글을 쓰지 못하는 답답함을 형에게 대필을 시킴으로써 해소하고 있습니다.

(※대필 : 남을 대신하여 글씨나 글을 쓰는 것을 뜻합니다.)

매일 동생이 부탁하는 엉뚱한 문장들을 대필해 주던 준이가

드디어 다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동생에게 한글 교육을 해서 대필하는 운명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동생에게 가르쳐줄 내용이라며 저에게 보여준 준이의 교육 계획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 단계가 참 체계적이고 알차 보이는 교육 계획이었습니다.

심지어 시험까지 있습니다...ㅋㅋ

 

매의 눈으로 준이의 한글 교육 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니 좀 빠진 글자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복합 자음에서  [ㅆ] 이 없습니다.

그리고 모음에서 [ㅡ] 가 빠졌습니다.

복합 모음은 [ㅒ], [ㅖ],[ㅙ],[ㅞ]가 빠져있습니다.

 

아 ~~~ 준이부터 한글 교육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참고로, 없는 글자도 하나 교묘하게 숨어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셔요~~~*^^*

 

준이가 현이에게 가르쳐준 글자는 동그라미로 표시했습니다.

현이는 형으로부터 [ㄱ]부터[ㅁ]까지 5개의 자음을 배웠습니다.

 

5개의 자음을 가르친 후 준이가 저에게 달려와서 말했습니다.

"엄마! 현이는 머리가 돌인가 봐요!"

"내가 금방 가르쳐준 글자인데 잊어버려요."

"분명히 내가 [ㅁ]까지 가르쳐 줬는데~ 모르겠다고 해서 너무 속상해요."

저는 준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느낌 아니까~~~~~"

 

 

그리고 준이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현이는 지금 한글에 관심이 없어서 배우는 속도가 느린 것 뿐이라고요.

언젠가 현이가 한글에 관심을 두게 되면 정말 잘 배우게 될 거라고...

그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답니다.

남보다 더 많이, 더 일찍, 더 먼저, 공부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걸...

그리고 지금은 현이가 놀면서 배우는 시기라는 걸...

준이가 이해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동생을 위해 준이가 야심 차게 계획했던 한글 교육은 [ㄱ] 부터 [ㅁ]까지 진도를 나간 후 끝이 났습니다.

아직 현이가 글자를 스스로 쓰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상하다'라는 말의 뜻은 착하고 기특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동생을 생각하는 형의 마음이 담겨있던 동생을 위한 글자 가르치기 계획은 

오랫동안 제 기억에 가상한 준이의 노력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2년 전 여름날 한글의 아름다운 매력에 빠져들었던 현이가 이제는 한글을 쓰는 매력에도 빠져드는 날을 기대하며...

이상, 동생이 돌머리가 아니라는 점도 준이가 알아주길 바라는 엄마 에스델이었습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