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정기적으로 일 년에 한 번씩은 놀러 가는 노벰버에서 1년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1년의 편지는 펜션에서 쓴 후에 펜션에 있는 우체통에 넣어두고 오면,
1년 동안 펜션에서 잘 보관한 후에 원하는 주소로 보내주는 편지입니다.
1년간의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에 도착한 1년 편지입니다.
지금까지 노벰버에 12번 갔는데 정확히 12번 모두 제가 글쓴이이자 보내는 이 이고,
받는 이는 영원토록 변함없이 남편입니다.
이번에 도착한 편지봉투를 열고 남편이 편지를 읽은 후에 저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 편지 늘 일관성 있다."
남편의 말을 듣고 저는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내가 쓴 편지이기에 누구보다 그 실체를 잘 알지 않겠습니까?ㅋㅋ
실제로 편지를 읽어 보면 글은 분명 2장에 걸친 장문편지인데~
그동안 썼던 모든 편지의 내용은 단 3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사랑해요.
2. 고마워요.
3. 다음에 또 여행해요.
이렇게 일관성 있는 건 좋은 거겠지요?
남편이 제 편지에 대한 짧은 소감을 말한 후에 든 생각은 편지에는 늘 사랑한다는 말을 쓰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 말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사랑해요."
남자 1호인 남편의 반응은 "응" 이 한마디뿐이었습니다.
"사랑한다니까요?"
"응"
남편의 속전속결형 반응에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거 혹시 고도의 정신 공격인가?"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자 2호 아들 준이의 반응에 큰 기대를 안고 말했습니다.
"준아~ 사랑해!"
아들의 두 눈이 커지면서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갑자기 왜 이러세요?"
사랑한다는데 반응이 도대체 왜 이런 건지...
마지막으로 우리 집 귀염둥이 둘째 아들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남자 3호 현이에게
저는 상냥하고 예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현아~ 사랑해!"
현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 사랑해요!"
드디어 내가 원하던 모범 대답을 들었는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아들의 그 성의 없는 목소리와 말투에...
(스미마셍!)
아들이 보고 있던 네버랜드 해적들보다 더 못한 존재가 된 저는 아들의 영혼 없는 대답을 끝으로
우리 집 남자들이 '사랑해' 한마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사랑에 대한 표현이 가족 모두 서로 인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남편이 2015년 1월 1일 오후 4:02 분에 보낸 문자 내용입니다.
문자 속에서 여전히 저는 남편에게 공주님으로 불리고 있으며,
"새해 복 많이 받고 남편 사랑도 많이 받으세요" 라는
센스 넘치는 문자를 새해 첫날 받았기에 남편 사랑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마 착각은 아니겠죠???응?)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보던 프로그램이 끝나고 현이는 저에게 달려와서 저를 꼭 안고 볼에 뽀뽀를 해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많이 사랑해요!"
아까의 성의 없는 대답을 만회하는 아들의 귀여운 애교로 우리 집 '사랑해'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낱말 하나가 삶의 모든 무게와 고통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그 말은 사랑이다."
-소포클레스-
사랑이란 흔한 말이지만 절대 흔하지 않은 감정이 담겨있는 말이기에
앞으로 가족에게 자주 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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