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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초등학생 아들의 필통을 리폼한 이유

by 에스델 ♥ 2019.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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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재잘재잘 이야기해주곤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는 말을 한마디 했습니다.

"엄마! 오늘 내 필통이 죽었어요!"

아들의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아들에게 되물었습니다. "뭐라고? 필통이 죽었다고?"

 

"네! 내 필통에 일본 캐릭터가 있다고 친구들이 합심해서 필통을 죽였어요.ㅋㅋ"

아들이 이 말과 함께 책가방에서 필통을 꺼내어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들의 필통 모습입니다.

필통에 일본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 그림이 있던 부분에

하얀색 수정액이 칠해져 있고, 연필로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필통에 적혀 있는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무언가에 의해 죽음"

"이 시국에 재펜"

"검열 언어"

"이 시국 파워로 영혼이 이사갔음"

"이 시국 파워로 검열"

 

아들의 친구들이 필통에 쓴 말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글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이 시국" 입니다.

2019년 여름부터 "이 시국에?"라는 말이 인터넷에 유행했고,

요즘도 주변에서 종종 듣게 되는 말이기도 한데요.

시국이란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현재 당면한 국내 및 국제 정세나 대세"를 말합니다.

초등학생들이 시국에 민감하다는 걸 아들의 필통을 보며 느꼈답니다.

 

사진 속 필통은 아들이 며칠 전 학교에서 열린 알뜰바자에서 사 온 필통입니다.

아들이 낡은 필통을 1,000원에 사 와서

가까운 시일 내에 새 필통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필통이 엉망이 되었으니 오늘 바로

새 필통을 사고 이 필통은 버리자고 말했더니

"쓸 수 있는 물건은 최대한 계속 사용해야 하는 거니까 새로 안 사주셔도 돼요!"

라고 대답해서 참 기특했습니다. ㅎㅎ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낡은 필통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아들의 말을 존중해서 필통을 리폼하게 되었답니다.

 

필통 안쪽 모습입니다.

필통 안쪽에 하얗게 칠해진 부분이 보이시죠?

수정액으로 일본 캐릭터를 모두 지우려고 했던 초등학생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하교할 시간이 되어서 캐릭터를 다 지우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ㅋㅋㅋㅋ

 

필통 뒷면 모습입니다.

 

필통을 리폼하기 위해서 수정액이 있던 부분을 모두 긁어냈습니다.

 

쉽고 편하게 필통을 리폼하려고 붙이는 천을 사용했습니다.

 

붙이는 천은 천 뒷면에 접착제가 발려 있어서 간편하게 리폼할 때 사용하기 좋은 재료입니다.

필통 크기에 맞게 천을 자른 후 필통에 붙이기만 하면 깔끔하게 리폼 완성!

 

필통 안쪽은 연필심이 묻어도 표시가 덜 나도록 검은색 줄무늬 붙이는 천을 붙여주었습니다.

센스있쥬? ㅎㅎ

 

필통 바깥쪽은 파란색 줄무늬 붙이는 천으로 리폼했습니다.

 

필통을 여닫는 부분입니다.

 

필기구를 필통에 넣은 모습입니다.

필통 리폼을 끝내고 아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이제 필통이 죽을 일은 없겠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이상, 처음에 필통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살벌했는데,

알고 보니 요즘 초등학생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던 필통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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