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이야기

검은콩 10개의 소중함

by 에스델 ♥ 2017. 9. 22.
728x90
반응형

 

남편이 갑자기 저에게 집에 콩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검은콩은 있어요." 라고 했더니...

"그러면 검은콩을 10개만 줘!"

남편이 집에서 콩을 찾는 것도 이상하지만,

필요한 콩 개수가 딱 10개로 정해져 있다는 건

더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남편의 요구가 의문투성이였으나,

저는 검은콩 10개를 남편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여보, 검은콩 10개로 뭐하시려고요?"


 

"콩을 양복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기쁜 일, 좋은 일, 감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콩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겨서 하루에 있었던

기쁜 일, 좋은 일, 감사한 일을 정리해보려고 해!"

 

저는 남편의 이 말을 듣고 "우와~~~!" 라는 감탄사를 보냈습니다.(진심폭발)

그리고 이 일은 제 기억 속에서 잊혔습니다.

남편을 믿어도 너무 믿는 저는 남편이 알아서 검은콩으로 하루를 잘 정리하겠지 싶었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달이 지났습니다.

잊고 있던 검은콩 10개에 대해 다시금 떠올리게 된 건

남편이 쓴 글을 읽고 난 이후입니다.

 

"콩 하나, 콩 둘, 콩 셋..."

남편은 그동안 매일 검은콩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고 있었더라고요.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면서 오늘은 몇 개의 콩을 옮겼는지 세어 보는 일을 꾸준히 한 결과

 "콩 하나, 콩 둘, 콩 셋, 콩 넷, 콩 다섯..." 이라는 숫자는 더 이상 자신에게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냥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 기분이 좋고...

운전하다가 끼어든 차량이 양보해줘서 고맙다고 신호를 보내서 기쁘고...

사춘기에 접어든 큰아들이 오랜만에 말을 걸어주어서 감사하고...

남편이 콩을 하나씩 옮긴 이유입니다.

 

일상의 소중함

기쁜 일, 좋은 일, 감사한 일에는 크고 작음이 없고

그저 일상의 소중함이 가득하다고 쓴 남편의 글을 읽고 감동했답니다.

참고로, 처음 콩을 옮기는 일을 시작했을 때 남편은 콩 개수에 집착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콩 하나만 옮겨져도 행복했다고 하네요.

 

이상, 남편의 글을 읽고 남편에게 감동했다고 말했더니

 원래 자신은 글을 매우 잘 쓴다고 말해서 감동이 반감된 에스델이었습니다. ㅋㅋㅋ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