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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남편의 지갑 속을 채우고 있는 것

by 에스델 ♥ 201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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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함께 커피 전문점에 들러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주차하고 오겠다며 저에게 커피를 먼저 주문할 것을 부탁한 남편은

커피 전문점 쿠폰에 도장을 찍어 달라며 저에게 자신의 지갑을 주었습니다.

 

▲남편의 지갑입니다.

 

커피 전문점 쿠폰을 찾기 위해 열어본 남편의 지갑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유는 11년 전 제 사진과 아들의 사진 그리고 아이들의 이름이 남편의 지갑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보내는 통신문 중에서 가끔 아이들 한자 이름을 써야 할 일 생깁니다.

그때마다 저는 주민등록등본을 펼쳐봤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아이들 이름을 한자로 워드 작업을 해서 지갑에 꽂아서 다니더군요!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저도 남편을 따라서 지갑 속에 아이들 이름을 한자로 넣고 다닐까 하다가~

그냥 앞으로는 주민등록등본이 아닌 남편의 지갑을 펼쳐보기로 했습니다. ㅎㅎ

큰아들 이름엔 높을 자를 썼더니 확실히 아이답지 않은 고차원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가 많고...

둘째 아들은 햇살 자를 이름에 넣었더니 햇살 주에서 좀 강한 햇살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이름과 유사한 문자를 가진 직업과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름 효과'가 아이들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이름 효과를 연구한 예일대학 심리학과의 시몬스 교수와 함께 연구한

연구진은 주의사항으로 이름 효과가 절대적인 것은 아님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같은 이름이라도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남편의 지갑 속에 있는 가족사진입니다.

 

둘째 아들 사진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진 저는 다른 사진이 있는지 남편의 지갑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제 사진 바로 뒤에 가족사진이 있더라고요.ㅎㅎ

결혼 11년 차인 우리 부부는 이제 얼굴에 주름이 하나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가족도 늘었고요...

웃음도...

행복도...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싸운 횟수도...ㅋㅋ)

 

남편의 지갑에 현금은 별로 없었습니다.

 

돈 사이에 작은 신문 종이가 있길래 꺼내 보았습니다.

 

작은 신문 종이의 정체는 심폐소생술 방법이었습니다.

 

심폐소생술이란? 

심장마비가 일어나면 심장박동과 호흡이 중단되어 몸에 혈액 공급이 중단되고,  

심장마비 상태가 지속되면 사망하게 됩니다. 심폐소생술은 인공적으로 호흡과 혈액순환을 유지해 줌으로써 심장마비가 일어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남편은 신문기사를 오려서 지갑에 넣고 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서 물었습니다.

"여보! 왜 심폐소생술 방법이 적힌 신문 종이를 지갑에 넣고 다니세요?"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일이 생겼을 때 당황하면 생각이 나지 않을까 봐 하려고 들고 다니는 거야!"

 

그렇게 깊은 뜻이...

 

실제로 사람이 위급하고 당황하게 되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예전에 남편과 베란다 유리창 청소를 하고 있을 때

베란다 유리창이 갑자기 깨지는 사고로 남편의 왼쪽 손 신경이 끊어지는 사고를 

바로 옆에서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이 안나더군요ㅠㅠ

그런 의미에서 남편이 신문 종이를 참고하기 위해서 가지고 다닌다는 사실이 공감이 됩니다.

 

▲신문 기사에 실린 심폐소생술 시행방법입니다.

 

심폐소생술은 심장마비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심장마비 환자의 뇌 손상을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중한 치료법입니다. 

나에게 심장마비가 일어났을 경우 다른 사람이 나를 살릴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은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배워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커피 전문점 쿠폰을 찾기 위해 들여다본 남편의 지갑은 저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상, 남편의 지갑 속을 채우고 있는 건 이 아닌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에스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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