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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이야기

원효대사 해골 물이 우리 집에...

by 에스델 ♥ 201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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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인 현이는 가끔 색종이로 종이배를 만들고 

큰 대야에 물을 담아 종이배를 띄우며 노는 놀이를 할 때가 있습니다.

일명, 종이배 놀이인데요~ 다양한 색상의 종이배가 대야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놀이입니다.

 

현이가 신나게 종이배 놀이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후에 제가 욕실에 들어가 보니...

작은 바가지 안에 정체 모를 색의 물이 한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체 모를 바가지에 담긴 물입니다.

 

아들에게 물의 정체를 물어보려고 욕실 문을 열던 순간, 현이가 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습니다.

 

"엄마! 바가지 안에 담긴 물은 버리지 마세요!"

 

"현아~ 이게 뭐니?"

 

"마법의 물이에요!"

 

마법의 물의 정체는 아들이 종이배 놀이를 마치고 색종이를 잘게 찢어서 혼합한 물이었습니다.

마법의 물의 용도는 잘 모르겠지만...

현이는 여러 가지 색의 색종이가 섞여서 한 가지 색으로 변한 물이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마법의 물을 보며 제가 웃음 짓고 있을 때 큰아들이 욕실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바가지 안에 담긴 물을 보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바가지 안에 담긴 저 똥물은 뭐예요?"

 

한사람은 바가지 안에 담긴 물을 '마법의 물'이라 부르고

다른 한사람은 '똥물'이라고 부르는 상황에서 저는 원효대사의 해골 물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때는 신라시대이고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을 가던 길에 어느 동굴에서 잠든 원효대사는

잠결에 목이 말라 맛있게 마셨던 물이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 보니 해골바가지에 담겨 있던 

더러운 물임을 알게 되어 급히 토하다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입니다.

쉽게 말해서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것을 동시에 바라본 두 아들이지만,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에서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름답게 보려고 마음먹으면 세상은 마법처럼 아름답지만,

반대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큰아들 생각처럼 똥물로 보입니다.ㅋㅋ


이상, 나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외부 세계가 이루어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아이들을 통해 배운 에스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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